작성일 : 10-03-04 19:20
2009.09.28 일자 주간조선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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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랑(왼쪽)·이사랑 자매 photo 정복남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Spotlight] 쌍둥이 가야금 가수 '가야랑'
가야금 명인이 웬 트로트? 얼나마 좋은지 들어보세요!
 

 

“신종플루 때문에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취소됐습니다. 저희가 홍보대사이기에 더욱 안타까워요. 그래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잠시 기다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소리축제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니 더욱 조심해야지요. 내년에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0주년이에요. 지금부터 내년을 준비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1호 가야금 연주자 겸 가수 쌍둥이 듀오 ‘가야랑’은 이예랑(28)·이사랑(28) 자매로 구성되어 있다. 언니 이예랑이 동생 이사랑보다 3초 먼저 태어났다고 한다. ‘가야랑’은 가야금의 ‘가야’와 두 사람의 이름 끝 글자인 ‘랑’을 합친 것이다. “딸만 셋이에요. 부모님께서 예를 갖추고, 생각을 가지라고 예랑, 사랑이라고 이름을 지으셨어요. 막내 이름은 이자랑이에요. 가야랑은 제(이예랑)가 1998년부터 쓰던 이메일 아이디이기도 해요.”


‘가야랑’은 지난해 11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에게 가야금을 가르쳐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지난 8월 중순 KBS 1TV ‘인간극장’에 출연하면서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팬클럽 회원 수가 860명을 넘었어요. 연령대도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고 직업도 환경미화원부터 의사, 변호사 등까지 다양해요. 모두 골수팬들이고 정말 따뜻한 분들이에요. 저희가 지방공연이 많다는 걸 아시기에 건강을 잘 챙기라고 인삼, 홍삼 등을 주로 보내주세요. 어떨 때는 차로 지방공연 장소까지 데려다 주시기도 하죠. 오늘도 저희 ‘1호’ 팬이 여기까지 가야금을 운반해줬어요.”

정통 가야금 연주자인 언니 2년 설득
‘가야랑’은 2007년 SBS ‘진실게임’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때부터 팬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희가 출연한 방송을 보시고 유명한 트로트 작곡가이신 정의송 선생님께서 가수 데뷔를 권하셨어요. 정통 가야금 연주자인 언니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이듬해 1집 앨범 ‘가야랑’으로 데뷔를 했죠. 저(이사랑)는 중학교 때부터 트로트 매니아여서 망설이지 않았어요.”

이들의 팬클럽 회원들은 자연스럽게 국악 공부도 한다고 했다. “게시판에는 가야금, 산조 등 국악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계속 올라와요. 팬클럽 회장님은 자주 공연장에 오셔서 음향도 체크해주시고 치근덕거리는 극성팬들을 막아주시죠. 팬클럽 임원들은 7명이고 이름은 ‘북두칠성’이에요. 저희를 위해 시도 지어주시고 기도도 해주세요. 이처럼 고마운 분들 때문에 한두 번 운 게 아니에요.”

‘가야랑’은 ‘나중에 애인이나 남편이 이 분들보다 더 잘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한다고 했다. “지난 주에는 양산에 사시는 회장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서울 종로에 이어 거제도 공연 스케줄이 잡혀있는 걸 알았는데 어떻게 운전을 해서 가려고 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결국 저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픽업하려고 밤새 운전을 하고 서울로 올라오셨어요. 종로 공연장에서 음향 세팅을 다 해주셨고, 공연 후에는 저희를 거제도로 데려다 주셨어요. 거제도에서는 다른 팬이 나와 시내 운전을 해주셨고요.”

‘가야랑’은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무료 공연도 하고 있다고 했다. “복지 단체에 소문이 나서 연락도 자주 와요. 저희가 가야금, 민요 등을 들려드리면 어르신들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시죠. 공연으로뿐만 아니라 팬카페 이름으로 모금을 해서 전해드리려는 계획도 세웠어요.”

팬클럽 회원들이 든든한 지원군
두 사람은 아무리 큰 무대에 서도 팬클럽 회원들이 한편에 자리를 잡고 열성으로 응원해주기에 전혀 떨리지 않는다고 했다. “지방에서 가야금을 배우고 싶은데 학원이 없어서 못 배운다는 분들을 만나면 마음이 아파요. 물론 노골적으로 감정을 표현하시는 극성팬들도 있긴 하죠. 저희들 기상부터 취침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시간대별로 게시판에 올리는 분들도 있어요. 가끔 무서울 때도 있지만 저희를 향한 사랑이라고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야랑’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국악, 트로트에 대한 편견이다. “가야금을 요정과 연결시켜서 생각하시는 분들, 트로트를 아예 무시하는 분들을 만나면 너무 속상해요. 국악은 우리의 전통 음악이고, 트로트는 서민들의 애환이 남긴 가요인데 말이죠.”

이예랑은 국악계에서 ‘아니, 이예랑이 왜 트로트를 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가야금으로 각종 상을 휩쓴 이예랑이 일을 낼 줄은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일을 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만족해요. 또 저로 인해 가야금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 뿌듯하고요.”

국악인 집안… 어린 시절 가야금이 ‘장난감’
이예랑은 앉아있을 수 있는 어린 나이부터 가야금을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어머니가 가야금 선생님이었어요. 전주에서 가야금 학원을 처음으로 열었다고 해요. 지금은 서울에서 개인 레슨을 하고 계세요. 첫째 이모는 정가를 하시고, 둘째 이모는 한양대에서 거문고를 가르치시며, 막내 이모는 국립국악원에서 해금을 연주하시다가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세요. 그야말로 국악 집안이죠. 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가야금을 전공했어요. 석사에 해당하는 전문사까지 땄어요.”

그녀가 가야금을 전공하려고 했을 때 부친은 반대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저와 사랑이가 법관이 되길 원하셨어요. 친할아버지께서 경성대를 나와 전북에서 판사를 지내셨어요.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달리 사업을 하셨는데 역시 법조인이 좋다는 걸 깨달으시고 딸들에게 법대 진학을 권하신 거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버지도 가수로 활동하신 적이 있더라고요.”

가야금을 고수한 이예랑은 2005년 김해전국가야금대회에서 최연소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중요무형문화재 23호 이수자가 된 젊은 명인으로 중앙대에서 가야금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가야금 독주회를 열었어요. 대통령상 받고는 전주 MBC 국악 프로그램 MC가 됐죠. 동생까지 끌어들여 둘이서 2년간 사회를 봤어요. 사랑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다닐 때 4년 내내 학교 행사 사회를 본 경험이 있거든요.”

 

 



 

불과 3초 차이 쌍둥이 “우린 환상의 짝꿍”
그녀는 동생 이사랑이 항상 자신 곁에서 잘 챙겨줘 고맙다고 했다. “동생은 저희 집 도우미로 불릴 정도예요. 청소도 정말 감탄사가 나오게 해요. 그리고 제게 ‘한국에는 언니 같은 연주인이 필요하다’면서 ‘이론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해요. 정말 든든하죠.” 

이예랑은 아직까지 가야금이 더 좋기에 남자친구를 사귈 생각이 없다고 한다. “사랑과 가야금 중 택하라고 하면 아직까지는 가야금을 택할 겁니다. 가끔은 가야금이 저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사실 지금 제 주위에는 저를 좋아해주시는 남자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사랑이 평생 한 번뿐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제가 귀가 얇아서 실수로 결정을 할 수도 있기에 그 결정을 미루기로 했어요. 제가 사람 말을 너무 잘 믿거든요.”

그녀는 트로트 가수로 데뷔할 때 길어야 1년 정도 활동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동생이 ‘가야금을 더욱 알리기 위해서는 대중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며 2년 정도 설득을 해서 결국 넘어갔지만 이제는 저도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팬들의 반응을 느낀 후에는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동생 이사랑은 어릴 적엔 언니보다 가야금을 더 잘 연주했다고 한다. “저희 집에 가야금만 50대가 있었어요. 피아노는 3대였고요. 제게 가야금은 국악기가 아니라 생활악기이자 놀이기구였어요.”

그런데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트로트에 빠지기 시작했다. “MP3로 트로트 곡만 다운로드 받아서 들었고 노래방에 가서도 트로트 곡만 부르게 됐어요. 직설적인 가사와 감칠맛 나는 멜로디가 매력인 것 같아요.”

일본·베트남 공연… 해외진출도 꿈꿔
공부를 잘했던 이사랑은 전남외고에서 영어를 전공했고, 고3 때 논술로 전국 1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니의 권유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해서 음악인류학을 공부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국제적인 법조인이 되기 위해 영어를 전공했지만 언니가 제게 ‘실기와 이론을 겸비한 쌍둥이가 되자’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같이 진학하자’고 하더군요. 결국 언니 말을 따르게 됐고 결과적으로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졸업 후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악인 2세의 정체성 형성에 대한 논문을 썼어요. 언니의 케이스가 큰 도움이 됐죠. 우수논문으로 선정됐고 졸업식 때도 대표로 졸업장을 받았어요. 박사과정에도 진학할 계획이에요.”

이사랑은 이론으로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언니를 항상 보좌한다고 했다. “언니는 천상 아티스트예요. 돈 계산이나 정리를 잘 못해요. 제가 항상 챙겨줘야 해요. 대신 언니는 제게 화장을 해주거나 옷 맵시를 가르쳐줘요. 그런데 남자들은 언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특히 ‘꽃미남’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녀는 무대 위에 서면 이효리도 안 부럽다고 한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다 보면 일종의 희열을 느낄 수 있어요. ‘가야랑’에게 진짜 매니저가 생겨 공연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데뷔 초기 기획사의 횡포에 실망한 후에 저희 둘이 매니저 없이 활동하고 있거든요.”

‘가야랑’은 최근 ‘아기자기’라는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1집 수록곡인 ‘수리수리 마수리’ ‘뻥차버려’와 심수봉 선생님의 ‘그때 그 사람’ ‘백만송이 장미’를 주로 불렀는데 관객들이 이제 신곡을 원하시더라고요. 9월 중에 디지털 싱글로 발표할 예정이에요.”

두 사람은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홍콩, 베트남 등에서 공연을 했어요. 사랑이가 영어를 잘하니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물론 한국 내에서 국악과 가야금을 알리는 것이 먼저이고요.”(이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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