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2-01 19:39
[여성신문]가야금 쌍둥이 듀엣 ‘가야랑’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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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다

대중음악으로 뛰어든 ‘엄친딸 자매’

2010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가야랑. 가야금 트로트 가수라는 아직은 낯선 퓨전음악을 하는 이들은 정식 앨범과 싱글앨범을 낸 데뷔 3년차 쌍둥이 듀엣이다. TV 방송 출연과 라디오 진행은 물론 터키, 두바이 등 해외공연을 해오고 있는 이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쌍둥이는 닮는다고 감기로 고생하던 동생 이사랑(30)씨가 다 나은 직후 언니 예랑(30)씨가 감기 기운이 있다며 연말에는 아플 정신도 없었다고 운을 뗀다.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가야금 가수로 대중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이들에게 2010 문화연예대상 신인상이 주어졌다.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정도로 사랑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하던 그들은 국악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는 국악계의 평가가 아닌 것이 조금 서운한 듯 했다.


국악 신동, 트로트 가수 되다

그도 그럴 것이 예랑씨는 중요무형문화재 23호 이수자이며 2005년 최연소로 전국 가야금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국악계의 귀재다. 수상 당시 대학원생이던 그는 국악계 원로인 심사위원들로부터  전통 가야금을 지켜달라는 부탁까지 받은 인물. 가야금으로 트로트를 한다고 하자 국악계 교수는 물론 함께 공부를 하던 지인들까지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당장 음반을 내줄 테니 외국에서 가야금 연주활동을 하자고 제안한 유명 작곡가도 아연실색했다. “다들 미쳤다고 했죠. 국악인으로서 앞길이 창창한데 굳이 대중음악을, 그것도 트로트를 한다니 말도 안 된다고요. 그런데 전 생각이 달랐어요. 대중에 가깝게 다가가자, 국악을 쉽게 들을 수 있게 하자….”
가야랑을 알아보는 이들이 늘면서 가야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들 뒤로 국악과 대중가요를 접목한 음악을 하는 후배들이 나오고 있어 귀감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국악이 지루하고 고상한 음악이라는 편견을 허물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국악을 널리 알리는 일에 사명감을 가질 정도로 우리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가야랑의 천부적인 음악적 소질은 40년간 가야금을 가르쳐 온 어머니 변영숙(61)씨의 영향이 컸다. 변씨는 정식으로 가야금을 배운 적이 없다. 단지 고등학교 때 친구를 통해 가야금을 처음 접하고 그 친구에게 간단한 연주방법을 배운 뒤 몇 년간 혼자 연습한 결과 23세 때부터 가야금 학원을 운영하게 됐다. 가야랑은 어려서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이부터 가야금 연주를 들어온 터였다. 철이 들고부터 본격적으로 어머니에게 레슨을 받은 예랑씨에 비해 공부벌레 스타일인 사랑씨는 책이나 읽겠다며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기 일쑤였다. “가야금은 언니나 엄마 같은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어깨너머로 배운 실력으로 예랑씨와 합주도 가능할 만큼 음악 감각이 뛰어난 사랑씨는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출신이다. “저는 특혜라고 생각해요. 만약 활동을 하지 않고 보통 인류학자의 길을 걸었다면 생생한 연구를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인류학자가 가지는 통찰력과 연구자의 한계를 가수활동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지금 박사과정을 준비 중이다.



▲ 가야금 트로트 가수 ‘가야랑’의 쌍둥이 자매 이예랑(왼쪽)씨와 사랑씨.
“가야랑 같은 뮤지션 1%라도 있어야죠”

가야금과 트로트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음악세계는 해외에서도 신선한 매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한국전쟁 참전용사 60주년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터키에 간 가야랑은 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실감했다. 가야금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정말 나무냐, 줄은 무엇으로 만들었느냐’며 관심을 보였고, 한복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어느 주지사 부인은 한복의 문양과 박음질 등을 본딴 옷을 만들기 위해 사진사를 시켜 가야랑이 입고 있는 옷을 샅샅이 찍게도 했다. 작은 소품, 머리장식, 의상, 가야금 등 가야랑은 한국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홍보대사가 된 것이다.

“일부 걸그룹을 보면 핫팬츠를 입고 섹시한 춤을 추면서 관심을 받아요. 그런 춤과 복장을 따라하는 아이들을 보면 걱정이 돼요. 어린아이들한테 그런 춤을 추게 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고요.”
국악대학에서 가야금을 가르치기도 하는 예랑씨는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대중문화가 다양한 예술적 능력을 보여주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문화는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인데, 한국에서는 한두 가지 장르가 대중음악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자신만의 색깔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희귀해요. 소신 있게 자신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1%라도 차지해야 대중문화가 더 다양해지겠죠.”
그런 신선함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걸까. 가야랑을 찾는 곳이 늘어가고 있지만 이를 관리해 줄 기획사가 없어 불미스러운 일도 생긴다. “활동 초기에는 취재하러 온다고 하는 기자분들을 집으로 초대했어요. 그런데 그분들 중에 스토커가 있었던 거예요. 팬들의 사랑이 감사하기는 하지만 저희가 가는 길목마다 지키고 있거나 협박 전화를 하는 분들은 너무 무서워요.”
게다가 대중에게 실력 있는 뮤지션으로 인정받으려면 방송 출연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인데 기획사 없이는 방송 출연에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기획사와 분쟁 중인 것을 보면 처음부터 기획사 도움 없이 음악을 해온 것이 오히려 약이 된 것 같다는 가야랑은 이제 기획사와 함께 해도 자신들의 색깔을 지켜 나갈 자신이 있다. 곧 2집 앨범도 발매할 예정인데, 활동 중 틈틈이 작업한 이번 앨범은 1집보다 가야랑의 국악적 색채가 더 가미돼 깊고 풍부한 음감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쉽게 질리지 않고 두고두고 사랑받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가야금 듀엣 가야랑이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19호 [문화] (2011-01-28)

김혜진 / 여성신문 기자 (kim@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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